DISCOGRAPHY
- 01. Flow
- 02. 담
- 03. Tango Of 2
- 04. Regrets
- 05. 아이들은
- 06. Blue Christmas
- 07. 가끔씩
- 08. City Of Soul
- 09. 블루 크리스마스
- 10. 담
- 11. 파랑새
- 12. 봄날은 간다
- 13. 마왕 (For 魔王)
- 14. 파애 (For 키르케)
자우림의 노래들이 밝아질수록 김윤아는 점점 어두워져 갔다. 물론 그의 솔로 커리어 전에 발표한 자우림의 노래들이 모두 밝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. 바로 전의 디스코그래피인 2000년의 3집 [Jaurim, The Wonder Land]만 보더라도 "새", "마왕" 등의 곡들은 타이틀인 "매직 카펫 라이드"와 또 다른 애청곡 "오렌지 마말레이드"보다는 훨씬 어두웠고, 서늘한 느낌까지 전해주는 곡들이었으니까. "매직 카펫 라이드", 그리고 어두움의 키워드로 언급한 두 곡 모두 김윤아가 작곡한 노래들인 만큼, 밴드의 커리어에서 보이는 대책 없는 발랄함, 그리고 그와 함께 공존하는 어두운 그림자 또한 그 내면세계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. 솔로앨범은 밴드사운드로 폭발시키지 않아도 좋을, 그만의 침잠하는 내면세계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. 속에 켜켜이 쌓아둔 응어리를 하나 둘 풀어놓는 성격의 작품이랄까. 무채색, 무표정의 앨범커버는 그런 그의 음악적 지향을 대변한다. 2001년 실물음반 발매 시 본인의 에세이집과 앨범을 함께 묶어 패키지로 내놓은 것 역시 그런 연유다. 앨범은 밴드 자우림의 보컬리스트도, 노래 잘 하는 싱어 김윤아도 아닌 여자로서의 '인간' 김윤아를 솔직하게 역설하고 있다. 침잠하는 내면세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밴드 사운드를 내려놓고 피아노가 주가 되는 단출한 구성을 택했다. 외로움과 공허가 곡 흐름에 따라 설렘과 위안으로 치환되는 "Flow", 두 사람의 단절된 관계를 담에 빗대 표현한 "담", 순수한 아이들과 그들이 자라날 밝지만은 않은 세상을 함께 사유하는 "아이들은" 등의 곡이 그런 성격의 노래들이다. 지금은 영화음악감독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방준석의 보컬을 들을 수 있는 듀엣곡 "Tango Of 2", 영화 '봄날은 간다'에 쓰이며 앨범 내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동명곡 "봄날은 간다" 정도가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와 다른 곡들이지만, 그 역시 앨범을 관통하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. 김윤아는 이 앨범을 시작으로 "야상곡", "나는 위험한 사랑을 상상한다" 등의 노래들을 통해 자기 내면세계를 숨김 없이 펼쳐 보였고, 결혼 이후의 솔로 커리어에서는 "Going Home"과 "꿈", 그리고 밴드활동에서는 "스물다섯, 스물하나"와 같은 곡들을 통해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에 지쳐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내면을 위로해주는 노래들을 지속적으로 들려주고 있다. 생각건대 이 시기에 음악으로 내밀한 자기 사유를 했던 김윤아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김윤아 역시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다.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야말로 타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니까. 그런 면에서 [Shadow Of Your Smile]은 내적 성숙을 거듭해가는 김윤아 솔로 커리어의 시작점이며, 지금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김윤아를 있게 한 작품이라 할 만 하다. 김윤아의 음악세계는 안에서부터 시작해 밖으로 돌출했다. 치열한 내면탐구가 담긴 이 앨범은 그 '안'으로부터의 움직임이었다.